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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최양업 신부님의 두 번째 편지

  • 별빛지기
  • 2019-06-24
  • 1104

● 최양업 신학생의 두 번째 편지 

발신일 : 1844년 5월 19일

발신지 : 소팔가자(小八家子)

수신인 : 르그레주아 신부

 

예수 마리아 요셉, 

르그레주아 신부님께

신부님과의 애절한 서신 교환을 못하고 지낸 지 어느덧 3년이나 흘렀습니다. 육신으로는 비록 신부님과 멀리 떨어져 살고 있으나, 마음과 정신으로는 잠시도 신부님을 떠난 적이 없습니다. 

서툴고 어설프기 짝이 없으나 제 딴에는 온갖 정성을 다하여 격식에 맞게 쓴 편지를 신부님께 보냈는데 혹시 신부님께서 받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신부님께서 우리를 떠나신 지 얼마 안 되어 저는 저의 조국을 향하여 파견되었는데 기대와는 달리 요동(遼東)에 도착하였습니다. 이곳에서 지금 벨린(Belline) 명의(페레올) 주교님과 메스트르 신부님과 안드레아(김대건) 형제와 함께 있습니다. 

 

언젠가 좋으신 하느님께서 허락하신다면 저의 동포들을 만날 행운이 저에게 다가오기를 하루하루 바라면서 머물러 있습니다. 저의 동포들의 딱한 사정을 생각하면 탄식과 눈물을 쏟지 아니할 수 없습니다. 

실로 눈물겹지만 어떤 면에서는 매우 흥미 있는 조선의 소식에 대해서는 이미 신부님께서 장상들의 편지를 통해 더 자세하고 더 똑똑하게 들으셨을 줄로 믿기 때문에 저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저는 우리 부모들과 형제들을 따라갈 공훈을 세우지 못하였으니 저의 신세는 참으로 딱합니다. 그리스도의 용사들의 그처럼 장렬한 전쟁에 저는 참여하지 못하였으니 말입니다. 정말 저는 부끄럽습니다! 이렇듯이 훌륭한 내 동포들이며, 이렇듯이 용감한 내 겨레인데, 저는 아직도 너무나 연약하고 미숙함 속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인자하신 하느님 아버지, 당신 종들의 피가 마치 아벨의 피처럼 호소하는 소리를 들으소서.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어 당신의 넘치는 자비와 당신 팔의 전능을 보이소서. 

언제쯤이나 저도 신부님들의 그다지도 엄청난 노고와 저의 형제들의 고난에 참여하기에 합당한 자가 되어 그리스도의 수난에 부족한 것을 채워 구원 사업을 완성할 수 있을까요? 

 

만일 저의 미소한 지위와 능력 부족이 가로막지 않았더라면, 틀림없이 많은 글을 써서 우리 회의 장상들과 지도자들에게뿐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형제 신자들에게 이 사정을 두루 알려드렸을 것입니다. 이분들은 우리가 마땅히 최대의 감사를 드려야 하고 또한 감사를 드리고 있는 분들입니다. 그런즉 신부님께서 애덕과 지혜를 다하시어 우리 편의 많은 사정을 그분들에게 소개하고 널리 선전해주시어 저의 간절한 소원을 채워주시기를 청합니다. 

끝으로 특별한 인연으로 굳게 결합되어 있는 경애하올 사부님께 예수 그리스도의 성심을 통하여 간청하오니 이 소자를 잠시도 잊지 말아주십시오. 

전번 편지에 우리 구세주 예수님의 지극히 거룩한 십자가 나무의 한 조각을 청한 일이 있습니다. 신부님께서 그것을 장만하신다면 틀림없이 저에게 보내주실 줄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공경하올 사부님께, 지극히 순종하고 부당하며 미약한 조선인 아들 최 토마스 엎드려 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