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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최양업 신부님의 세 번째 편지 

  • 별빛지기
  • 2019-06-24
  • 585

● 최양업 부제의 세 번째 편지 

발신일 : 1846년 12월 22일

발신지 : 심양(瀋陽)

수신인 : 르그레주아 신부

 

예수 마리아 요셉, 

지극히 공경하고 경애하올 르그레주아 신부님께

벌써 오래전부터 큰 희망을 품고 신부님의 화답을 고대하였습니다. 그러나 편지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바심 없이 조금도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이렇듯이 큰 염려와 자애로 아버지의 정을 베푸시는 신부님한테 편지까지 받는다는 것은 너무나 황송한 일이고, 또한 신부님께서는 언제나 지극히 많은 일로 너무도 바쁘시다는 것을 모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드디어 12월 21일에 신부님의 편지와 거룩한 유해를 받고 더할 수 없이 기뻤습니다. 

지금까지도 저는 우리 포교지 밖에서 떠돌고 있으니 저도 매우 답답하고, 신부님의 마음도 괴로우실 것입니다. 저는 이제야 겨우 저의 동포들한테로 가는 도중입니다. 

인자하신 하느님 아버지께서 저로 하여금 신부님들과 형제들을 반가이 만나 포옹할 수 있도록 허락하여주시기를 빕니다.

우리가 무사히 조국에 입국했다는 소식을 신부님께 전한다면 이 소식을 듣고 반가워하실 신부님의 기쁨에 못지않게 저에게도 큰 기쁨이 될 것입니다. 그때에는 기뻐 용약하는 마음으로 더 자유롭고 더 자세하게 신부님께 편지를 올리겠습니다. 

이제 발걸음은 가볍게 뛰어 달리고 있으나 얼굴은 무겁게 푹 수그러지고 있습니다. 대단히 불리한 역경과 극도의 빈곤과 허약으로 시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풍부한 자비심에 희망을 가지고, 지극히 좋으신 하느님 아버지의 섭리에 저를 온전히 맡깁니다. “너희는 잡혀갔을 때 무슨 말을 어떻게 할까? 하고 미리 걱정하지 말아라. 때가 오면 너희가 해야 할 말을 하느님께서 일러주실 것이다.”(마태 10,19) 라고 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기억합니다. 여기서 말한다는 것은 비단 설교의 은사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의미하는 줄로 압니다. 

그러므로 저의 빈곤과 허약을 의식하고 있는 저는 매우 두렵고 겁이 납니다만 하느님께 바라는 희망으로 굳세어져서 방황하지 않으렵니다.

원컨대 지극히 강력하신 저 십자가의 능력이 저에게 힘을 응결시켜주시어, 제가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님 외에는 다른 아무것도 배우려 하지 않게 하시기를 빕니다. 저의 이 서원을 신부님의 기도로 굳혀주시고 완성시켜주시기를 청합니다. 

고마우신 신부님을 통하여 신학교의 모든 신부님들과 특히 바랑(Barran) 신부님께 깊은 인사와 감사와 순종을 드립니다. 

공경하올 사부님께, 지극히 비천하고 미약하며 순종하는 아들 최 토마스가 엎드려 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