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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최양업 신부님의 네 번째 편지 

  • 별빛지기
  • 2019-07-16
  • 852

● 최양업 부제의 네 번째 편지 

발신일 : 1847년 4월 20일

발신지 : 홍콩(香港)

수신인 : 르그레주아 신부

 

예수 마리아 요셉, 

지극히 공경하고 경애하올 르그레주아 신부님께

지난해 12월에 조선으로 가던 도중에 봉천(奉天)에서 고대하던 신부님의 편지뿐 아니라 거룩한 유해도 받았습니다. 그때 저는 신부님께 짧은 (셋째) 편지를 올렸습니다. 

마침내 지루했던 기나긴 포로 생활에서 해방되어 저의 동포들한테 영접을 받으리라 희망하면서 크게 기쁜 마음으로 용약하며 변문(邊門)까지 갔습니다. 너무나 비참한 소식에 경악하였고, 저와 조국 전체의 가련한 처지가 위로받을 수 없을 만큼 애통하였습니다. 

조선에 들어가서 신부님께 알려드릴 기쁜 소식이 있을 때까지는 편지를 올릴 기회가 없으려니 여겼습니다마는, 아직도 어쩔 수 없이 이 귀양살이하는 눈물의 골짜기에서 또다시 신부님께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저의 근심을 신부님과 함께 나눔으로써 괴로움을 덜어서 마음이 좀 가벼워지려는 것입니다.

특히 저의 가장 친애하는 동료 안드레아(김대건) 신부의 죽음은 신부님께도 비통한 소식일 것입니다. 그런 중에서도 존경하올 페레올 고 주교님께서 프랑스어로 기록하시어 보내주신 순교자들의 행적을 읽는 것은 저에게 더할 수 없는 큰 위로가 됩니다. 이 순교자들의 행적을 고 주교님도 원하시고 메스트르(Maistre) 이(李) 신부님도 권하시므로 제가 라틴어로 번역하였습니다. 비록 모든 것을 알아듣지는 못하였고 라틴어도 겨우 초보자인 제가 감히 이 두 가지를 번역하려고 착수하였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당하는 처절한 상황에 대하여 너무나도 큰 걱정과 고통을 계속 받고 계시는 우리 자애로운 어머니이신 로마 교회로 보내어 조금이나마 위로를 드리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저의 이 청원서는 여행 중에 사전도 없이 쓴 것이어서 저의 능력이 너무나 빈약하여 문장도 서투르고 문법에 거슬리는 곳이 많을 것이므로 초라하여 저는 감히 로마로 직접 보낼 수가 없습니다. 그런 즉 신부님께서 (살펴보시고) 이만하면 괜찮다고 여기시면, 잘못된 곳을 정정하신 후 드높은 로마 교회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저와 저의 가련한 조국을 위해 로마에 많은 인사와 순종과 기도를 전해주십시오. 1846년에 순교하신 9명의 순교자들에 대한 마지막 부분은 메스트르 신부님이 번역한 것입니다. 지금은 지루하고 긴 여행을 한 후 메스트르 신부님과 함께 홍콩으로 돌아와서, 하루하루 프랑스 함선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우리는 그 함선을 타고 존경하올 페레올 주교님께서 명하신 대로 조선에 상륙하는 길을 다시 찾아보려 합니다.  

만일 하느님께서 허락하신다면 이번만은 성공하여 지극히 가난한 우리 포교지에 도착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하간에 우리의 모든 희망은 하느님의 자비에 달려 있고, 하느님의 거룩하신 뜻이 이루어지는 것뿐입니다. 그 밖의 (소원이 있다면)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삶 안에서 죽고 묻히는 것입니다.

이제 이 편지를 끝내면서 나약한 저와 불행한 저의 조국을 신부님과 이 소식을 듣게 될 모든 이들의 열절한 기도에 맡깁니다. 

공경하올 사부님께, 예수 그리스도의 성심을 통하여 미약하고 쓸모없으며 부당한 아들 조선 포교지의 부제 최 토마스가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