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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길

십자가의길 시작기도

예수님이 사형선고를 받았습니다.
땅이 사형선고를 받았습니다.
한없이 내어 주었던 넉넉한 땅…
받아들이고 삭히며
좋은 것을 내어 주던 땅이,
쓰레기 더미에 눌려
신음 하고 있습니다.
받기만 하고 되돌려 줄줄 모르는 사람들,
거대한 욕심의 항아리를
채우다 지쳤습니다.
풍요의 산실인 땅은,
마침내 말라버린
어머니의 젖가슴이 되었습니다.

제1처 예수님 사형선고 받으셨습니다.

예수님이 사형선고를 받았습니다.
땅이 사형선고를 받았습니다.
한없이 내어 주었던 넉넉한 땅…
받아들이고 삭히며
좋은 것을 내어 주던 땅이,
쓰레기 더미에 눌려
신음 하고 있습니다.
받기만 하고 되돌려 줄줄 모르는 사람들,
거대한 욕심의 항아리를
채우다 지쳤습니다.
풍요의 산실인 땅은,
마침내 말라버린
어머니의 젖가슴이 되었습니다.

제2처 예수님 십자가 지셨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농사꾼들이 십자가를 졌습니다.
힘 있고 배웠다는 자,
떠나버린 황량한 고향집,
쓰러져 가는 울타리…
손발이 부르트고
허리 휘어지도록 일을 해도,
나아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휘몰아친 태풍에 자식처럼 키우터 곡식이
맥없이 쓰러지고,
물밑 듯이 밀려오는 수입 농산물에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가슴..
그 누가 위로해 줄 수 있겠습니까?...

제3처 예수님 기력이 떨어져 넘어지셨습니다.

예수님이 넘어지셨습니다.
산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다이너마이트,
포크레인으로 파헤쳐진 산,
곳곳의 골프장 건설로 상처투성이가 된
산이 넘어지고 있습니다.
불도저로 밀어젖혀 동강이 나버린 산,
산짐승들이 살 곳을 잃고,
올가미나 덫에 걸려
피 흘리며 죽어 가는 거기에
우리의 생명도
죽어가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제4처 예수님, 성모님을 만나셨습니다.

예수님과 성모님이 만나셨습니다.
숲과 공기가 만나 울고 있습니다.
그늘을 만들어 쉼 자리를 주고,
청정한 공기를 만들어 주던 나무.
곧게 하늘을 향해 자라나던
나무의 허리는
한 순간 예리한 톱날 아래 잘리어지고
온간 광고를 실은 전단지가 되엇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내게 주어진 한 장의 종이가
나무의 속살이고,
나무의 잘려버린 일생임을
기억하지 않습니다.

제5처 시몬이 예수님을 도와 십자가를 졌습니다.

시몬이 예수님을 도와 십자가를 졌습니다.
환경연합, 시민단체, 농촌을 살리려 애쓰는
사람들이 시몬처럼 예수님을 도와
십자가를 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묵묵히 주어진 일을 행하는
가난한 소시민들이
예수님의 고통에
함께 동참하고 있습니다.
참된 생명의 길로 나아가기 위하여…

제6처 성녀 베로니카 수건으로 예수님 얼굴을 닦아 드렸습니다.

베로니카 예수님의 얼굴을 닦아드렸습니다.
우리가 외면해 버린 사람들은
얼마나 많습니까?
우리가 지나쳐 버린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습니까?
늙고 병들어 거추장스럽고,
정박아라서 부끄럽고,,
가진 것이 없어 거리로 내 몰린 사람들,
그들과 함께 계신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눈이 우리에게 있습니까?
그들의 눈에 눈물을 닦아주어야 할
베로니카는 누구입니까?

제7처 예수님 두 번째 넘어지셨습니다.

예수님 두 번째 넘어지셨습니다.
들녘이 죽어 갑니다.
발에 돋은 질긴 생명 잡초 원망스러워,
단 한번 뿌린 제초제에 누렇게 말라버린
여린 풀들은
한줌의 거름도 되지 못하고 죽어갑니다.
메뚜기 뛰놀던 들녘은
비료에 농약에 절여지고 있습니다.
내 자식 먹을 것과 팔것을
구분하여 농사짓는
서글픈 현실은 누구의 작품입니까?

제8처 예수님 예루살렘 부인들을 위로하셨습니다.

예수님 예루살렘 부인들을 위로하셨습니다.
원하지 않은 아이라는 이유로,
내게 능력이 없어
아이를 잘 키울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정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먼저 태어난 사람들의 판단에 의해
무참하게 죽어간
태아들은 얼마나 많습니까?
세상 빛보지 못하고
부모를 원망하며 죽어갔을 어린 핏덩이들.
그들 목숨에 대한 책임은 누구의 몫입니까?
그들의 영혼은 정녕 누구로부터
위로 받을 수 있습니까?

제9처 예수님 세 번째 넘어지셨습니다.

예수님이 세 번째 넘어지셨습니다.
강이 넘어졌습니다.
아이들의 멱감는 소리,
송사리 잡는 맑은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강..
푸른 산 그림자가 비치지 않는 강은
그 도도한 품위를 잃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골짜기마다 쳐 박혀 있던 쓰레기
빗물에 떠 밀려 온 날
송사리 은어 떼도
허연 배를 드러내고 떠올랐습니다.
시커먼 거품을 물고 강은 말합니다.
이제 더 이상 사람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제10처 예수님, 옷 벗김을 당하셨습니다.

예수님이 옷 벗김을 당하셨습니다.
계곡이 상처를 입고 있습니다.
산 그늘을 돌아 흐르던 맑은 물소리..
나무가지를 흔들며 지나가던
바람의 노랫소리
산새소리 아우러져 그 아름답던
계곡은 온갖소음이 난무합니다.
러브호텔이 주인처럼 버티어 서 있고,
먹고 버린 음식물이 썩어 가고 있습니다.
계곡은
도시의 뒷골목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제11처 예수님 십자가에 못 박히셨습니다.

예수님, 십자가에 못 박히셨습니다.
나무가 말라 버렸습니다.
단풍이 들기 전에, 열매가 익기도 전에
나뭇잎이 병들고, 열매가 떨어져 내립니다.
찬 겨울 어렵게 싹을 튀우고 꽃을 피웠건만
어디 한 순간도 얼굴 반반히 들고
웃어 본 적이 있었던가?
어느 한 철 푸르고 싱싱하게
마음껏 잎을 펼쳐 본 적이 있었던가?
숨이 막힐 정도의 팍팍한 매연,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매캐한 공장 연기,
이제는 정말 숨이 막힙니다.
단풍들기도 전에 열매가
익기도 전에 무너져 내리는
나무의 슬픈 몸짓을 우리는알고 있습니까?

제12처 예수님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예수님이 돌아가셨습니다.
바다가 죽었습니다.
붉은 산호초 숲이 사라지고,
진주를 키우던 조개들이
독을 품어 안게 되었습니다.
왜? 누구 때문에입니까?
핵 발전과 몰래 버린 양심의 오물,
온갖 산업 폐기물은
서서히 바다를
죽음으로 몰고 갓습니다.
햇빛이 비치지 않는 바다 속은
죽음의
캄캄한 어둠이 있을 뿐입니다.

제13처 제자들이 예수님의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렸습니다.

예수님의 시신이
십자가에서 내려졌습니다.
하늘이 내려 앉았습니다.
소나기가 지난 뒤
어김없이 무지개가 걸려 있던 하늘,
총총 빛나던 별빛, 어둠을 가르던 반딧불,
그 아름답던 하늘에 구멍이 뚫렸습니다.
고드름을 깨물어 먹었는데…
눈도 맞으면 안되고
하늘에서 내리는 비도 산성비란다..
우리는 알 것입니다.
그것이 무엇 때문이라는 것을..

제14처 예수님 십자가에 묻히셨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묻히셨습니다.
인간 생명이 죽음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뱃속의 아이가
제 꼴을 갖추기가 힘이 들고,
아이를 잉태하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사람들이 늘어 갑니다.
복제 양 돌리가 만들어졌고,
복제 송아지 영롱이가 만들어졌습니다.
유전자 조작 농산물이 범람하고 있습니다.
가짜가 진짜처럼 행세합니다.
혼돈과 분열 속에 생명은 죽음을 향해
두려운 줄 모르게 치닫고 있습니다.